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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기 - 뷰잉 최종 컨펌완

mhyong 2023. 2. 8. 08:40

계약금까지 결제한 뒤 맞은 주말은 평온하고 여유로웠다.
늘 여유는 있었지만 평온함이 추가된 여유 😌
가보고 싶었던 베이커리 카페도 가보고
갤러리, 공원, 저렴이 옷쇼핑 등등
시내 구석구석을 조금 더 돌아봤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날은 Howth 나들이까지!
daft 사이트를 뒤지지 않는 것만으로 재미나고 알찬 일상이었다.

출근 전까지 잘 놀고 이사 준비해야지~
여유롭게 마음 놓고 있던 화요일 저녁,
짧고 굵은 Howth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열차에서
한 통의 메일을 확인했다.

I'm not well..

순간의 정적과 벙찐 우리들.
토요일 임시 숙소 체크아웃까지
3일밖에 남지않은 시간인데
그동안 서치, 메일, 뷰잉을 다시 해야한다는 생각에
아득해졌다.
내 블로그 포스팅의 방향도 바꿔버리다니..
쓸 거리 하나 생겼다리😏 생각이 스치는 블로그충

말 없이 집으로 가는 길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당충전용 아이스크림과 칩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열린 가족회의.

우린 소중해


그나마 다행인건지 에이전시에서 취소통보와 더불어 몇가지 매물을 첨부해줬고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뷰잉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줬다.
그 중 두 곳에 대한 뷰잉 요청을 했으나 한 곳은 이미 계약 중이라고 하니
선택지는 하나뿐.
방이 네 개인 아주 크고 좋아 보이는(비싼) 집이라
룸메를 한 명 더 구하는 방법을 고려해서 뷰잉을 요청했다.
수요일 늦게서야 연락을 받아 목요일 오전에 일정이 잡혔다.
담당자 모바일 연락처는 절대 안 알려주고
메일만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환장해 버린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개인이 머물 수 있는 싱글룸도 알아보고
쉐어하우스 주인과 뷰잉 일정을 잡았다.

목요일 아침.
괜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아 도시락을 싸본다.

전투식량

계약이 agreed 됐다는 집이 다시 fell through 되어 팀을 나눠 뷰잉을 가기로 했다.
비싼 집은 솜, 진님이. 내가 저렴이 집을 담당하기로.
혼자는 해낼 수 없는 일정을 집단의 힘으로 소화한다.

내가 둘러보기로 한 곳은 Monkstown.
해변가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흐려 감흥이 없었지만 해변을 따라 가는 길이 꽤 괜찮을 듯 했다.
도착하니 스테파니가 문을 열어줬고
그 매물은 왜 취소가됐냐, 우리 당장 계약하면 토요일 이사 가능하냐.. 캐물었다.
개인 사정으로 취소됐지만 흔치 않은 상황이고 언제든 이사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집은 조금 낡아보였지만 방 세 개에 넉넉한 거실, 화장실 등 가격대비 훌륭한 공간이었다.

과연 우리의 공간이 될지


나름 만족스러운 뷰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두 명이 쉐어가능한 방에 대한 뷰잉 메일을 받았다.
일단 가고보자 싶어 매물이 위치한 Stillorgan road로 향했고
나머지 두 분과 회사 사무실에서 보기로 했다.
번호를 가르쳐줘도 메일만 하는 집주인과 시간 맞추기에 실패하여
뷰잉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고급진 동네를 걸어본 것으로 만족했다.
길바닥에서 오들오들 떨며 샌드위치 먹는 나는 안고급졌지만.

부내 나는 Stillorgan road, 사무실이 위치한 Burlington road

그리고 드디어 처음 찾은 오피스 ㅋㅋ
뭐.. 앞으로 자주 갈테니.
1층 카페테리아에서 잠깐 몸을 녹이고 집으로 향했다.
음료, 커피, 식사 메뉴가 있지만 복지는 아니다.

우리 복지는 우리가 알아서 챙겨야지.

전투식량2

오랜만에 열린 김밥천국과
삼겹살로 근력 보충하기.

뷰잉하기로 한 싱글룸은 집 주인이 거주하는 쉐어하우스였는데
계약이 취소됐던 집과 같은 마을인 Crumlin에 위치했다.
크럼린 방문만 세 번째.
낮에도 조용한 주택가라 밤은 더더욱 고요했다.
집 위치도 대충 올려줘서..전화로 문자로 현재 있는 곳을 설명하니
집 주인 아저씨께서 데리러 와주셨다.

Crumlin 밤 거리

아이리쉬 대디 Ray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 할아버지를 떠올렸으나
훨씬 젊어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맞아 주셨다.
친절하게 집을 구경시켜 주신 Colm 아저씨와 아내분, 그리고 막둥이 James.
사람 온기가 있는 집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동안 본 더블린의 주택 중 가장 깨끗하고 따뜻한 집이었다.
내가 가장 더럽게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쉐어를 하려고 인테리어 등등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집 구하기 너무 힘드네여 한탄하니
맞다며~ 정말 더블린에서 집 구하는 거 쉽지 않다고 하신다.
지구상 어디든 현지인도 견디기 힘든 주거난이 가득하다.

 

쌀쌀한 비가 침뱉듯이 내리는 어두운 시간
철없는 초딩들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들으며
제 시간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다.
욕인지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질렀는데
바로 옆에 유모차를 끌고 가시던 할머니의 한마디.
just ignore..
쿨내나는 할머니 덕분에 웃으며 넘겼답니다.

 

집 근처에 다다르니 진, 솜님도 간식거리를 사서 들어가는 중이었다.
마음이 허하다는 진님의 치킨과
작은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큰 벤앤제리를 사온 솜님.

마음 채우기

한성마트의 양념치킨인데 당연히 k 양념맛은 아니고
간장, 고추장 암튼 달콤한 양념을 버무린 치킨이다.
목요일은 끝나가고 임시숙소 연장은 안되고.
어디 잠시라도 머물 곳을 얘기해 보며 일단 잠을 청한다.

그리고 금요일.
Monkstown 집 계약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전과 동일하게 Congratulations! 메일을 받았지만
한 번 당한 기억이 있는 우리는 쉽게 마음 놓지 않는다. = =
심지어 이사일자는 토요일이 아닌 차주 화요일.
제발 토요일로 일정을 맞춰달라고 요청했건만
우리 메일을 읽기는 하는건지.
내 메일이 필요 이상으로 부드러웠는지
진님도 파니에게 메일을 한 통 갈겼다.
그리고 받은 답장.

한국인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ㅜ

미리 토요일 이사 문의해봤으면 좋았자나요!
우리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저 시간에 사무실까지 오래..
솜님과 카페에 나와 있던 터라
방문하라는 답변이 오면 필요한 서류와 진님을 데리러 튀어갈 준비를 했다.
(열쇠가 없으면 나갈 수 없는 집이다..)

ㅋㅋ 파니도 말이 짧아진다

두시 반에 오라는 메일을 두시에 받고 집으로 출동.
킹 받지만 이보다 좋은 상황은 없기에
뛰는 발걸음이 가볍다.

달려어ㅓㅓ

날씨도 바람도 펠펰 ㅜ
지금 여기서 내가 젤 행복해.

우버를 타고 곧장 사무실로 직행.
사무실 구석에서 계약서 사인을 한 뒤
deposit과 한 달 월세를 현금박치기로 계산했고
열쇠.. 열쇠를 받았다 ㅜㅜ
사무실 나오자마자 부둥켜 안고 한바퀴 방방 뛰어 준 30대들.
열쇠를 복사하고

key cutting. 얼마만에 보는 열쇠집인지


하늘을 감상하며 저녁 파티 메뉴를 고민한다.

봄이 올 것만 같은.


거의 육고기만 먹다 처음 차려본 생선구이상.
질 좋은 연어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더블린에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다시 든다.

집 구하기 진짜 끝

베이킹에 자부심 넘치는 싸장님의 당근케이크와 브라우니,
그리고 집에서 챙겨 온 초로 축하 분위기도 챙겼다.

“So you’ll go out in joy,
you’ll be led into a whole and complete life.
The mountains and hills will lead the parade, bursting with song.
All the trees of the forest will join the procession, exuberant with applause.
No more thistles, but giant sequoias, no more thornbushes, but stately pines—
Monuments to me, to God,
living and lasting evidence of God.”
(Isaiah 55:12-13)

이 날의 큐티 말씀대로 go out in joy 제대로 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일텐데,
앞으로 이보다 더 우당탕탕 하겠지만
어디든 언제든 약속된
a whole, complete life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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