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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dublin.log

정착하기 - move out

mhyong 2023. 2. 23. 05:28

이사 후 첫 출근을 하는 날.
이른 시간 Dart를 타면
출근 길에 동이 트는 뻘뷰를 감상할 수 있다.

라이징 선

 
회사에 도착해 출입증을 받고 텅빈 사무실을 구경했다.
(내돈내산) 아침, 점심을 제공하는 카페테리아와
한국 사무실과 같은 익숙한 장비들이 있는 책상들.
층층마다 캔틴이 구비되어 있어 좋다만
네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것이 통탄스럽다.
원두를 더이상 뽀릴 수 없다니..
고층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총 4개 빌딩으로 나뉘어져 있다는데
한 군데씩 돌아봐야겠다.
 
바라던대로 m1 맥북을 받고 🥹 세팅을 하고 있으니 매니저 토시상이 오셨다.
드 디 어 성사된 만남
작년 8월부터 진행된 리로케이션이 그제서야 종점에 이른 것 같았다.
토시님도 우리도 서로를 보고
파이널리.. 만났다며 ㅎㅎ 반가워했다.
일본 분이라 매뉴얼화된 깐깐함이 있지 않을까 선입견이 있었는데
먼저 근무하고 계셨던 팀원분들 말처럼
젠틀하고 유연한 매니저분이라는 촉이 온다.
인사 한바퀴 돌리고
간만에 만져보는 랩탑에 적응하고
팀 미팅까지 하니 하루가 훌쩍 갔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진 못했지만
출퇴근만으로도 한 주가 빠르게 지나갔고
주말엔 홈오피스 단장을 위해 이케아에 들렀다.

더블린 아이키아

이케아 더블린 · 11 St Margaret's Rd, Ballymun, Dublin, D11 FW18 아일랜드

★★★★☆ · 가구점

www.google.com

 
나의 첫 이케아 방문.
이케아는 처음이라고 하니 광명, 일산 주민 두 분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냥 가구센타 아닌가 했는데
오..
쇼룸에 감탄 창고에 감탄
언제쯤 촌티를 벗을란지
본점 찍으러 스웨덴 간다.

신혼집 구하면 또 온다.
밑볼 원조가 스웨덴임을 알게된 날


 사고 싶은 것은 많았다만 아직 방을 어떻게 쓸지 구상이 안됐기에
수건 한 장이랑 돌돌이 테이프 하나만 해서 6유로 쓰고 나왔다.
밥 값이 10유로인데.
짜치는 나와는 달리 야무지게 쓸어 온 가족들.
저녁으로 연어와 밑볼, 피쉬앤 칩스, 디저트를 먹었는데
배도 고팠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심심할 때 또 와야지..!




 
 그리고 일요일 아침.
몸이 살짝 이상하다.
며칠 전부터 종아리 발목 부근이 간지럽기 시작했는데
가려움이 점점 위로 올라왔다.
찬공기로 피부가 좀 텄나싶어 다리에 로션을 치덕치덕 발라봤지만 가려움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제서야 몸을 좀 살펴보니

무언가에 물린 자국들이 심상치 않게 퍼져있다.
그리고 이불에서 발견한

확대금지

...
말로만 듣던 베드버그인가...
조금 가렵다 말겠지 했던 종아리도 자세히 보니
벌레가 기어다니며 빠바방 연속으로 문 흔적이 보인다.
"베드버그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비상사태를 알리고 방역 태세에 돌입했다.

주변 동네 Blackrock에 쇼핑센터가 모여있어
들러봤지만 벧벅 살충제를 파는 곳이 없다.
살충제 정도는 흔하게 팔 것 같은데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니 다들 hardware shop에 가보라고 한다.
다시 던 레리로 방향을 틀어 영업 중인 곳 하나 발견ㅠ
다이소가 자리잡기 전 동네마다 생필품을 널브러 놓고 파는 생활용품 가게와 흡사하다.

닌 죽었다 벧벅

Costello's Hardware · 9 Patrick St, Dún Laoghaire, Dublin, A96 DP79, Ireland

★★★★★ · Hardware store

www.google.com

 
내가 사용할 싱글베드는 매트리스 주문 전이라
솜님의 더블베드를 잠시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침대를 구석구석 봤지만 벌레가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한 두마리가 몸을 그 지경으로 문건지..
두 분은 가려움 증상이 없다고 하는데 내 더러움을 감지한건가 🤦‍♀️
타작하듯 미친듯이 이불을 털어내고 저녁을 먹었다.

첫 오븐 요리
썰어

아침부터 오븐청소와 방역으로 뒈지는 체력을 보충해주고
제발 더는 물리질 않길 바라며 잠이 들었으나..
가려움을 참을 수가 없다.
따뜻한 물로 지지면 미친듯한 가려움과 따가움이 따라온다.
 
잠을 잔건지 밤이 샌건지 모르게 아침이 밝았고
퇴근 길에 약국에 들러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구입했다.

주황색은 밤에 먹는 용

약 기운이 도네 하는 효과는 없는 것 같지만..
연고를 좀 바르면 가려움은 조금 가시는 것 같다.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이제 ㅜ
 
집 근처에 도착하니 뽀짝한 이웃집 강쥐가 우릴 맞아준다.
너도 벌레는 안물릴 것 같은데

이웃집 로라

 
물린 자국은 이제 어깨를 타고 목까지 올라왔다.
종아리도 긁지 않으려 용을 써봤지만 점점 붉어진다.
극혐이지만 기록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까..

 

두 침대에서 이제 한 마리씩 발견이 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게 어느 순간 침대 위에 앉아 있기도 했다.
낡아보이는 커튼에 매달려 있는 건가 싶어 커튼도 떼어 버리고
다시 이불 타작을 하고 뜨거운 열에 죽는다길래 다리미로 지져보기도 했다.
어찌 누울 자리는 만들었지만..
밤만되면 가려움이 미친듯이 올라오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손을 대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ㅜ 하고 약하게나마 긁어버린다.
긁는 동안은 이상 미묘한 희열이 있지만
멈추는 순간 열감과 따가운 가려움이 동반된다.
마약을 하면 이런 악순환에 빠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고문이다.
 
모두 사무실에 출근하는 화요일.
소식을 듣고 다들 경악 걱정을 해 주신다.
이 날 팀 미팅에서 소소한 팁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소개할 차례였다.
업무에 도움될만한 내용으로 준비해 볼 생각이었지만
벧벅 박멸에 대해 공유했다.
침대 구석구석 잘 살피세요,
살충제는 하드웨어샵에서,
스팀 다리미로 지져보세요,
그리고 절대 긁지마세요.
 
온라인에서 떠도는 벧벅 후기들에서 가장 추천되는 방법은 이사가기.
우리가 박멸되어야 결국 헤어질 수 있다.
property manager Paul에게 사실을 알리고
침대를 바꿔주든지, 방역을 하든지 요청을 했지만
이전 tenant는 전혀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았고
본인이 10년 동안 에이전시 하면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란다.
우리도 30년 넘게 살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히발로마.
우리가 데려왔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렇게 쉽게 어디서 옮겨오는 거면 아일랜드는 이미 버그로 멸망했을거다.
이사를 갈 경우 환불은 리포트 받은 날짜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가려움이 시작된 건 이사 후 약 3일 정도 후였던 것 같은데
증상도 늦게 나타나고 심지어 이게 벧벅인지 보자마자 어떻게 알고 바로 리포트를 하냐..
벧벅 증상에 대한 글도 첨부해 주장해 봤지만 쉽게 책임을 지지 않을 기세다.
정말 새로 집을 구하는 게 최선인가.
 
복잡한 상황과 괴로운 가려움 속에서도 참 다행인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지금 웃는자가 일류다

한국팀에 우리 잘 지내고 있어요- 하는 사진을 전달해 드렸다.
날씨는 좋네..
 
퇴근 길에 다 떨어진 벧벅 살충제를 사러 다녔지만
파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던 레리로 가니 이전에 들렸던 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어야지.

아시안 입맛 저격

Shakira Indian Cuisine · 47 George's Street Lower, Dún Laoghaire, Dublin, A96 X9Y5, Ireland

★★★★☆ · Indian restaurant

www.google.ie

 
더블린에서 처음 시도해 본  인도음식. 아주 굳굳.
마살라가 꽤 입맛에 맞는다.
후식으로 주문한 아이스크림 Kulfi도 sooo goooood..
샤베트 질감의 인도 전통 아이스크림이었는데 피스타치오 맛이 아주 취저.
다른 인도 식당도 츄라이 해봐야지.
 
피로하고 배부르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졸리기 때문에 밤에 먹어야 한다는 약을 먹어봐도
가려움이 약 기운을 이겨버린다.
가려움 +또 물리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으로 하룻밤이 다시 지나가고..
다음 날은 회사에서 자기로 했다.

quiet room

회사는 이 공간이 이렇게 쓰일 줄 알았을까.
벌레에게 쫓긴 외노자들에겐 안식처가 따로 없다.
침대가 구비된 quiet room과 mother's room 이라는 휴게 공간이 있어 각자 나눠 자기로 했는데
그동안 못자서 고생했다며 가족들이 침대방을 양보해 주었고..
본인들은 사무실 넓은 쇼파에서 발을 맞대고 잤다 ㅜ
일에 지쳐 잠든 컨셉으로 노트북을 끼고 잤다고 한다.
푹 잠이 들진 못했지만 두 분의 배려 덕분에 벌레 걱정 없는 하루를 춥지 않게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한국팀 존님이 바르는 약을 두고 가주셨다.
아기 아토피 때문에 챙겨오셨다고 했는데 ㅜ-ㅜ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야겠다.
 
더이상 그 집에 머물지 못할 것 같아 exodus를 계획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잠시 지내기로 했고 급한 짐만 가지고 나오기로 했다.
하루 휴가를 내고 다시 몽스타운을 찾았다.
집에 사람 좀 없었다고 오래된 냄새가 난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급하게 입고 생활할 옷 정도만 60도 이상으로 세탁해서 가져가고
나머지 옷, 이불 각종 천류는 순차적으로 빨래해서 가져가기.
생필품은 닦아서 캐리어에 싣고 이동하기로.

소독하기

 
 마지막 냉털 식사까지 해줬다.
개고생해서 닦은 오븐 한 번은 더 써줘야지.

모든 걸 털고 간다.

 
후다닥 만든 진님의 또띠아 피자를 먹고 물을 한모금 마시려는데

Tlqkf

C2발 🥹 이젠 천장에서도 벌레가 떨어진다.
똑같은 새끼다.
이게 머리로 떨어졌다면..
언제 어디서 몸에 붙어올지 모르니 환장할 노릇이다.
 패딩은 드라이클리닝에 맡겨야 했고
신발도 안심할 수 없어 슬리퍼차림으로 떠났다.

우리가 꺼져줄게


Spensor dock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아파트는
사진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은 공간이었다.
하우스에 대한 로망을 씻어버리는 안락함..
씻을 필요도 없는 깨끗한 오븐.
직원이 직접 키를 전달해 주고 위치도 안내해 줬는데
이전 에어비앤비 숙소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적인 서비스였다.
이게 집이지 😭

금융치료만한 게 없다.

 
최대한 닦고 닦은 물건을 가져왔지만
2중 방역을 위해 살충제를 또 찾아나섰다.
하지만 벧벅이 정말 흔하지 않은 걸까
근처 마트, 하드웨어 샵 모두 파는 곳이 없다.

슬리퍼 투혼으로 살충제 찾기

벧!벅! 이라고 끊어서 얘기해도 한 번에 알아듣는 직원이 없다.
pesticide를 찾는다고 하니 파스타 소스 코너를 안내해 주기도..
우리 매니저 토시상에게도 비이디 비유쥐 알파벳을 읊어주니
그제서야 아 바그! 라고 이해하셨다.
그래 내 발음이 문제인 걸로.
 
발까지 추운 정말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다.
지난 번 설특집 떡국을 먹으러 들렀던 드렁큰피쉬가 집근처에 있어 다시 방문했다.
특집 메뉴 아니면 볼 것 없다는 평이 많은데
우리에게 이만한 감동식이 없다.

소울 달래기

김치찌개도 굳!
교촌 뺨 후리는 간장치킨!
저번에 먹고 반한 바싹 제육!
물론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든든하다면야ㅠ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 빵식으로 끼니를 다 해결할 수는 있지만
어느 음식도 한식의 든든함을 대신하진 못한다.
 
 
 
move in 후기 바로 다음 글이 move out이 될 줄이야.
2주간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며
짐 옮기기와 동시에 다시 집을 구하러 다녀야한다.
한동안 볼일 없겠지 했던 daft 지옥..
이제 카펫 깔린 하우스는 공기도 맡고 싶지 않은지라
깨끗한 바닥이 있는 집을 찾아야 하는데
과연 2주 안에 홈리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