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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log/journal

Prologue

mhyong 2023. 1. 29. 00:10

Ireland Dublin으로 relocation을 하게 되면서 시작해 보는 블로그.
트랜스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생각들, 떠나오기 전 한국에 남겨둔 시간들을 이제야 정리해 본다.

사실 이 삶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진 않았다.
언젠가 해외에서 일을 하거나 살아볼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그래 보리라 하는 마음이 있던 터라 더블린 트랜스퍼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릴 때부터 무조건 지원은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와 급하게 한국의 생활을 정리하긴 했지만 자취방 전세 계약이 마침 종료되었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고민이라기 보다 나를 설득해야 했던 영역 중 하나는 돈이었다.
그 곳의 렌트비, 물가, 세금 등.. 차라리 그 돈으로 원할 때마다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 싸게 먹히겠다는 계산이 나왔고 안정적인 자금을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망설임이 되었다.
그 때 같이 성경공부를 하던 어린 친구의 묵상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내게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셨다는 것.
이제껏 주신 것, 앞으로 주실 것 모든 것의 주인이 그 분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허락하신 것을 잘 관리하고 누리면서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하신다는 그 약속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게가 더해졌고 소유에 대한 자유함이 생겨났다.
이 외에 가족과 친구의 건강, 서울에서 나름 구축한 나만의 생활을 남겨두기가 신경 쓰이고 아쉬웠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늘 조금씩 앞서면서 이 곳까지 오게된 것 같다.
내 결심 이후의 절차는 시간에 따라 큰 막힘 없이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갑자기 눌러 앉은 금쪽이 때문에 엄마, 아빠의 생활은 복잡해졌겠지만.

가끔씩 얼마간 방문만 하던 본가에 들어가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면서 혼자 살았던 10년의 시간이 짧지 않았음을 체감했다.
그들의 가사에 얹혀 사는 편안함과 동시에 내가 언제 들어오는지 늘 궁금한 아빠와 갱년기가 시작된 엄마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세대 차이로, 성향 차이로,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딪히는 생각과 말에 은근한 스트레스가 있는 생활이었다.
문 밖에서 쉽게 내지 않는 짜증 심술을 마음껏 부리다 문득 온 몸으로 그걸 받아내는 엄마, 아빠가 불쌍해졌고..
우리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구나, 그냥 다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적당히하고 교만해진 마음을 눌러야 한다는 각성이 늦게나마 들었다.
그렇게 그렇게 평범하게 4개월을 보내다 출국 이틀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빠가 결국 애틋함을 쏟아 내었다.
주님께 나를 맡기는 눈물의 기도를 들으며 나는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감사에 잠겼고 엄마는 거의 장로 다 됐다며 아빠를 놀렸지만 애써 눈물에 동조하지 않으려 하는 듯 했다.
멀리 가는 것 아니라고, 잠깐 출장 가는 거라고 두 사람 안심시키는 말을 했지만 사실 훅 들어버린 나의 애틋함을 날려 보려 애를 써봤다.
뭉클해지기 싫어 일부러 편지도 남기지 않았는데 기차에 오른 후 확인한 엄마의 카톡에 애잔함이 몽글몽글 솟아 버렸다.
두 사람만 이 세상에 있어 주면 나는 무슨 일이든 감당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만큼이나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람들과 평소라면 오히려 생각하지 못했던 만남들을 가지면서
내가 뭐길래 이렇게 격려해 주고 때론 자주 볼 수 없음에 아쉬워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지, 참 감동했고 감사했다.
사랑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받은 사랑 다 나누고 살라고, 이 땅에서 여기저기 보내시는 거겠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진심으로 마음주고 기도해야지.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잘 살고 가보겠다.
대단히 달라질 건 없겠지만 낮짝은 조금 두꺼워져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리빙 인 더블린.

2023년 1월, Ann's Bakery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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