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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되감기 본문
3/26~10/28
summer time이 끝났다.
일년의 반 이상을 훑고 지나갔지만 썸머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았던 썸머타임.
시기를 정의하긴 곤난하지만 약 7월 중순~9월 중순 사이가 그나마 핫하지 않았을까 싶다.
반 팔 입고 다닌 기억이 없는 이 곳 여름은 한국의 것과 다소 결이 달랐는데
습하지 않고 가벼운, 조금은 따뜻해진 공기가 바람이 되어 시원하게 몸을 쓸고 가면
이게 사람 사는 날씨지..
시리기만 했던 바람이 시원함이 되어 걸음 걸음이 참 좋았다.
전기장판을 데운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썸머타임 엔딩으로 여름에 대한 회고못 올린 사진 짬처리를 남기고 싶어져..
먼지 쌓인 일기장을 들추듯 다시 블로그에 기웃거려 본다.
너무나 많은 마음이 재생된 여름이라서.
재작년 여름 광흥창역 자취 시절 역근처 작은 가로수길에서 바람을 쐬곤 했는데
여름이 시원하다는 것을 처음 느꼈던 기억이 난다.
울창한 나무와 드라이한 공기로 여름의 시원함을 제대로 만끽한 더블린.
시원함과 쌀쌀함 어딘가를 오가는 기온에 밤이 늦도록 해가 저물지 않는 여름.
처음 경험해 보는 기후가 참 신기했다.
그래. 이 좋은 여름과 유럽의 성수기를 두고 한국에 갔더랬다.
건강검진 일정을 잡아논 게 있었다만
그냥 한 번은 띵굴까..어쩔까 하다가
약간의 홈싴을 치료할 겸, 짐도 좀 가져오고 국물도 먹고 올겸
6월 중순부터 2주 정도 다녀오게 되었다.
떠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가는 게 좀 머쓱해서 병원일정을 미뤄보고 싶었다만
검사 일정 바꾸기도 힘들고 어차피 한 번 갈거 비행기값 조금이나마 쌀 때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 방문기를 따로 올리려고 했지만.. 이걸로 퉁치자 그냥
새벽에 집을 떠나 엄마를 보기까지 약 30시간이 걸렸던 여정.
막상 간다고 하니 왜 그렇게 시간이 안가고 보고싶던지.
그렇게 부푼 마음 안고 도착한 고국엔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다시 돌아가면 여름에 어떻게 살지...
하루 전만 해도 깔깔이를 입고 있었던 더블린 날씨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더웠는데
습도가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이 이다지도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습한 공기에 헐떡이며 가만히 서 있는 게 고역인 순간들.
오바지만.. 집에서 10분거리 뚜레쥬르를 못 가서 배민을 썼더랬다.
한국의 시간을 빠르게 회고해 보자면
외국물 먹어 한국 더위에 적응 못한 몸뚱아리를 빼면 모든 것이 여전했다.
투닥거리는 엄마 아빠
자기 말만 하는 친구들
분주한 지하철
살 거 많고 먹을 거 많은 시내거리
정말 매끼니 실패하지 않는 메뉴 선정을 위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날들이었다.
이 외 끊임없이 디벨롭 중인 과자와 빵들..
위대하고 풍요로운 우리나라.
그리움 가득한 곳.
서울-포항을 오가며 반가운 만남과 병원 투어를 마치고
일상이 있는 더블린으로 돌아갔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땐 수하물이 함께 오지 않아
돌아가는 길 더블린에선 제발 오기나 해라 기도했었는데
놀랍게도 짐이 정말 오기만 했다.
분명 네 개였을 바퀴가 하나만 달려와 이게 내 캐리어가 맞나 뇌정지 상태로 서 있으니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저짝에 가면 claim을 접수할 수 있다고 하여
일단 접수 후 번호를 받아 두었다.
남이 보기에도 어이없는 상태였나보다.
바퀴 하나로 캐리어를 끌며 손잡이가 박살나는 게 나을지, 바퀴가 없는 게 나을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쓰로 에어후랑스로부터 수하물 연착과 파손에 대한 보상을 각각 100유로씩 받아 남는 장사해벌임 ㅎㅎ
영수증이 없으면 최대 100유로랍니다. 영수증을 안내는 게 쏠쏠할 수도.
수하물 있으면 에어후랑스는 걸러..
여전히 떠나는 게 아쉽고 못 다 먹은 메뉴들이 아른거렸지만
일상의 베이스가 나름 자리를 잡았는지 더블린으로 복귀할 때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던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다이소 갈 때마다 더블린 식구들이 얼매나 생각나던지.
복귀하자마자 식구들과 함께한 집들이 파티.
같은 팀 걸들과 잼님 집에서 포트럭 파티를 가졌고
우리집은 피자와 치즈케익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찜찌고 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 더블린.
더블린의 여름도 계속 무르익어 갔다.
몇 달동안 노래만 부르던 피크닉도 가능해진 날씨. 놓칠 수 없다.
더블린에 도착해 호텔 생활을 하던 날 처음 갔던 스티븐 그린 공원.
황량함만 맴돌던 공간도 생기로 가득해졌다.
공원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려 문전박대를 당할뻔 했으나
조금 피해있으니 다행히 금새 그쳤고 예정대로 소풍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동안 날씨가 좋아 잠시 안심할 뻔 했다.
피닉스도 가줘야제.
사슴까지 보진 못했다.
덥지 않은 여름이라도 더위 먹지 않게 몸 보신을 해줘야 한다.
이제 소뼈까지 고아버리는 진짱. 그녀는 어디까지 하게 될까.
한국 가기 바로 전날 먹은건데 ㅋㅋ 이 국물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동과 감탄,
더블린 살이에 또 하나의 희망을 본 식사였다.
프리마 타는 국밥집은 각성하라.
복날도 어김없이 챙겨준다.
이거 하려고 휴가낸 건 아니었는데 닭 육수내고 먹으니 끝나있던 나의 휴일.
소, 닭 받고 짜장 추가요.
헬렌님이 야무지게 차려주신 중식 한상.
짜장에 꿔바로우, 마파두부까지... 상 차린다 하면 진심인 사람들
그리고 간만의 회식!
가난한 우리 팀에게 몇 안되는 소중한 회식 자리.
무한리필 브라질리언 바베큐 레스토랑이었는데
사이드도 풍성하고 자리에서 고기를 서빙해 주는 서비스가 아주 좋았다.
내 돈주고 갈 만한 감동은 아니었다만,, 회식이라 쏘 만족
골고루 먹어야 하니 해산물도.
더블린에서 손에 꼽을 일식당 Daruma.
사시미, 니기리, 꼬지 등등 많이도 먹었다.
재료가 신선해 너무 고급졌던 메뉴들
회사의 귀여운 이벤트.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도 참 즐거웠다.
이곳에서 사귀게 된 귀여운 스페인 친구 산드로.
예전에 산드로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 처음 만난 후로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산드로가 더블린에 방문해 주어 한식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젓가락을 한 번도 써보지 못했다는 25살의 스페니시 ㅎㅎ
먹어보고 싶었다는 음식 사진을 보여줬는데 찐만두였다.
다행히 메뉴에 있어 만두 한 판과 뚝배기 불고기, 된장찌개를 함께 먹었고
뚝불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불고기가 일찍부터 세계화된 이유가 있나보다.
밥을 먹고 Taste of Spain 이라는 스페인 상점을 들렀는데
fuet 라는 소세지도 아니고 육포도 아닌 물건을 보고 너무나 반가워하던 산드로.
무슨 맛이냐고 물어봐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하여,, 일단 사서 먹어봤는데
정말 뭔가와 비교할 수 없는 식감과 맛..!
육포처럼 건조된 먹거리인데 지방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이 b
아주아주 신선하고 맛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사는 멕시칸 타투이스트 친구 라켈.
자신의 일에 진심어린 열정이 있던 예술가였다.
브런치를 먹고 스티븐 그린 공원에서 나의 옆 모습을 스케치로 남겨 준 그녀.
이런 걸 재능 낭비라고 하나?
몸둘 바를 모르게 너무나 고맙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초상화가 하나 생겼다.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면 아쉬운 떠남도 있었다.
약 5개월을 함께 생활했던 변양의 귀국이 다가왔고 조촐한 환송회를 가졌다.
늘 먼 훗날 같았던 그녀의 귀국날이 정말 도래하면서 또 한 번 시간의 속도를 체감했다.
건강히, 또 만나게 되는 날이 기대된다.
여름도 절정을 지나는 듯했고
해질녘도 서서히 빨라져
하늘에 가을 색감이 묻어나오기 시작한 9월
가을 감성록 to be continued..🍁
쓰고 보니 먹다가 끝난 여름 같지만
2023년 나의 여름은
누군가를 만났고, 누군가는 떠났던 인연의 계절이었다.
가까워짐과 멀어짐이 반복되며
설렜고, 슬펐고, 고맙고, 외롭고, 간절했던 시간.
오래된 인연과 새로운 인연,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이에게
나는 최선을 다 했을까.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
나태주 '풀꽃'
한 송이 꽃이 된 네가
나에게 남긴 마음을 따라
말과 시선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자주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너는 나에게 항상 꽃이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