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og/journal

3월의 온도

mhyong 2023. 4. 6. 04:45

이 곳에도 봄이 오려나 보다.

나보다 추위에 강한 너

 
chilly, rainy...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린 날씨도 3월 중순이 다가오니
알게 모르게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 이전보다 걷기가 수월해졌다.

간만에 공원 나들이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날이라 솜님과 함께 Iveagh Garden에 들렀다.
간단히 산책하기 좋은 아담한 규모의 공원.
물멍 때리게 만드는 폭포수는

가오나시의 욕조가 생각난다.

 곧이어 비가 되어 내렸다.

비 멍

 공원에 들어선지 십분이 지나지 않아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에 나무 아래로 대피했지만
나무가 빈약한지 몸뚱아리가 큰 건지
오로라처럼 내리는 비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조금 기다린다고 그칠 것 같지 않아 공원을 빠져 나왔고 건물 통로에서 간신히 비를 막아봤지만
우산을 든 사람들도 비를 피하러 올만큼 사방팔방으로 내리쳐 다시 비를 뚫고 근처 카페로 피신.

눈물부터 닦고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Cafe Nero.
한 번 가봐야지 했던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생각보다 커피도 공간도 만족스러웠다.
머리도 감고 안입던 옷도 꺼내 입은 날이었지만
비와 커피로 끝난 하루였다.

앞머리 고데기가 무슨 소용

  
정착기가 일단락되어 그런지 이전보다 생활도 일도 정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bro님과 Y3님도 드디어 더블린 사이트로 트랜스퍼를 완료하셨고
매니저 분들과 첫 저녁 회식을 가졌다.

토시상의 훼이보릿 바

 토시님의 추천으로 Hop House를 처음 시도해봤는데
여러모로 신뢰할만한 분이다.

피자는 모르겠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내 걸음으로) 걸어서 약 40분 정도의 거리다.
백조와 오리가 떠다니는 작은 canal과
Dunnes, Lidl, Aldi 등 장을 볼 수 있는 마트가 있어 아주 매우 걸을만하다.
우리 진짜 집 잘 구했다.

회식 후 귀갓길. 뒤뚱뒤뚱


 소소한 일상의 시간이 생겨 처음으로 Meet up 모임도 참여해 봤다.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자들의 모임이었는데 영어 스피킹을 위해 참여한 한국 친구들 외에도
한국어에 관심 있는 아이리시, 아시아 친구들도 꽤나 있었다.
막상 갈 시간이 되니 왜 취소 안되나 싶었지만 새로운 경험 하나 했다에 만족.
이 날 더블린의 거리는 곧 있을 St.Patrick's day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한 줄 요약.

Saint Patrick's Day, or the Feast of Saint Patrick (Irish: Lá Fhéile Pádraig, lit. 'the Day of the Festival of Patrick'), is a religious and cultural holiday held on 17 March, the traditional death date of Saint Patrick(c. 385 – c. 461), the foremost patron saint of Ireland.

더 자세히

말로만 듣던 Paddy's day가 성큼 다가오다니.
아일랜드의 가장 큰 축제인 것 치고는 특별한 바이브가 풍기지 않았는데
당일엔 시티센터에서 대규모 퍼레이드가 있다고 한다.
 경험 있는 자들의 후기론 대단한 건 없을 것 같아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처음 맞는 축제라!
구경이나 해볼까 싶었는데
 우리에겐 공휴일이 아니었다 😊
아쉬운대로 축제 분위기나 느낄 겸 퇴근을 하고 시내로 향했다.
이제 퇴근 시간에도 날이 이만큼 밝아졌다.

날씨마저 후졌다면 축제고 뭐고

아이리시 국뽕 감상하기

분위기 좀 맞추려 니트 조끼로 초록색 아이템을 장착해봤지만 나만 알겠지.
뭐 하나 뒤집어 써볼까 했지만 썩 살 맘이 생기진 않았다. 

사진찍고 내려놓기

시티센터 중심으로 오니 더블린에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의 그것만 하진 못할 것이다.

초록초록
귀엽자나
바글바글

이 날만큼은 아이리시 감성으로 놀아보고 싶었지만
실속을 택했다.

가성비와 맛에 굴복

 출근 전 한국팀원 분들과 함께 했던 Good world chinese restaurant.
딤섬과 볶음밥, 중국식 제육st 고기볶음.
뭘 시켜도 실패하지 않는 곳이다.
 
축제날도 다음날도 우리의 근무는 계속되었다.
그래도 회사 가는 길목에 있는 큰 벚꽃 나무 집 덕분에 출근길에 즐기는 소소한 봄 감성이 좋다.
봄 시즌 송 귀에 얹어주면 내적 봄에 취해버린다.

자기 색을 찾아가는 나무들

한국 참 벚꽃이 많은 곳이구나.
명소가 아니더라도 곳곳마다 벛꽃이 만개한 거리들이 생각난다.
 
출근길도 좋지만 퇴근길은 더 좋다.

온콜이 끝난 후 빵 휘두르며 퇴근하는 솜짱의 신난 손

3월엔 토요일 근무가 있어 솜님과 근처 사무실에 자주 갔는데 일하는 날마다 날씨가 참 좋았다.
소나기 공격이 있었던 아이비그 정원이 사무실 근처에 있어 전에 못다한 산책을 즐겼다.

이렇게 화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달력 컷

땡땡이에 대한 벌이었을까.
산책 후 잠시 테스코를 들리는 사이 비가 쏟아져 내렸고 이 곳 날씨에 잠시 방심했음을 깨달았다.
이 정원의 저주일지도..
 
허나 비 온 뒤에 무지개가 피어날 것이니

우리네 인생

더 맑게 개이는 하늘도 기다리고 있었다.

 
Summer time이 시작된 3월 26일.
해가 점점 길어져 일찍 움직이라고 아일랜드의 시간은 UTC+001이 되었다.
서머 타임은 10월 말까지 이어져 일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정도면 윈터 타임을 별도로 지정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23:59 에서 01:00 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을 못 본게 아쉽다.
 
일에 지치는 날들이 이어져 쉬는 날엔 솜짱과 근교라도 가볼까 했지만 놀랍게도 쉬는 날이면 후진 날씨가 아침부터 이어졌다.
아쉬운대로 시내 데이트 즐기기.
오후가 되니 구름이 조금씩 걷혀 걷기에 나쁘지 않은 날이었다.
확실히 포근해진 공기에 걸으니 종종 다녔던 거리들도 다시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다. 

몇 없는 귀한 벚꽃
마치 지난 두 달의 내 모습 같다.
St.Patrick's 대성당의 시계는 아직 서머타임 전이었다.


다음날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 다같이 근교 Bray에 놀러갔는데
앞으로 쓸 게 없을테니 이건 다른 포스팅으로 아껴둬야지.

다시 일-집 일-집의 일상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3월의 끝이 다가왔고
늘 그렇듯 3월은 나의 생일로 마무리한다.

좋은 날 태어났다.

서울이었음 포항항들이랑 곗돈 파티도 했을텐데.
5인이 한꺼번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카톡방 따로 안만들고 소환해줘서 고맙다.

생파에 초대되기

 나 없는 집에 딸기 보내주는 놈도 고맙고 이쁜 쓰레기 고민하는 놈들도 고맙다.

조금 연락이 뜸한 지인들과도 캐치업 할 구실이 생기는 생일은 참 좋은 날이다.
마포대교가 보이는 카페에서 차 한잔으로 마무리 했던 작년 생일,
올해는 이렇게 보내게 될지 상상이나 했을까.
파란 창 밖을 보며 이 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는 날이었다.
 
그리고 토마호크 집에서 두 번째로 그 생각이 들었다.

 

Tomahawk Steakhouse · 4 Essex St E, Temple Bar, Dublin, Ireland

★★★★★ · Steak house

www.google.com

더블린에 착륙한 날 예약 없이 갔다가 빠꾸를 먹었던 토마호크집.
진솜님이 함께 축하도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셨다 😣
음식 나오면 정신 없으니 빨리 찍어두기.

야아~ 찍지마~
진짜 찍지마

메인 등장!

고기에 반해버리기

육즙에 치인다 🤦‍♀️
분위기 좋은 곳에서 셋이 제대로 외식해 보긴 처음인데 많이 먹지 않아도 기분 좋게 배가 불렀다.
역시 배고픔은 마음의 빈 공간에서 오는 허함인듯.
 
좋은 곳에 오니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된다.
참 흔치 않은 계기로 만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 인연이다.
그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을 나누며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생활방식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달라 불편한 점들이 있을텐데
나의 예민한 구석들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안심이 되고
다른 사람의 모습도 그냥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함께 하는 시간동안 솔직하게 생각을 나누고, 어려운 부분은 애정으로 채워줄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사이가 되길 기도하게 된다.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2차를 갈긴다.
지나치기만 했던 템플바를 한 번 가볼까 싶었지만 앉을 자리 없이 북적여 바로 다른 곳을 찾았다.

입장과 동시에 퇴장

떼창을 이끌어 내는 라이브 공연이 있는 곳.
따라 부를 수 없어 약간의 소외감이 든다.

소중이 카드

간다 3차도.
지나가던 아저씨가 안먹는 몰티저스를 건넸다.
약이라도 탔을까봐 경계했지만 포장이 뜯기지 않았길래 야금야금 먹었다.

집 가는 길엔 조금씩 비가 내렸지만 늦게까지 용케 비 안내리고 버텨준 더블린이 고마웠다.
사람도 날씨도 음식도 다 완벽했던 하루.
 
다다음날 집에서 소소하게 즐긴 생일 뒷풀이?까지.

너무 너어무 감사함에 치였던 올 해의 생일!
받은 축하와 기쁨 아낌없이 탈탈 나누며 살겠나이다.

판단잎 롤케익에 기절

 

Hong Kong Taste Bakery & Bubble Tea · 21 Eden Quay, North City, Dublin 1, D01 W0C0, Ireland

★★★★★ · Bakery

www.google.com

 
 어둡고 시린 계절을 지나면 점점 밝아지는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던 아일랜드.
그 경계에 있는 3월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날씨처럼 은근하게 풀린 긴장감의 자리에 심심함이 찾아와
지난 날을 돌아보고 앞으로가 궁금해지는 시점.
일만 하다 갈 순 없지.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