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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기 - 홈 스윗 홈

mhyong 2023. 3. 12. 17:34

이삿짐은 다 옮겼고 우리에게 남은 숙제들을 하나씩 처리해야 했다.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Paul과의 담판.
엑소더스와 뷰잉으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며
의식의 어딘가에 묻어두고 있었지만
이제 정식으로 키를 반납하고 환불을 받아야 했다.
전액 환불은 포기해야 했지만 벌레 출몰을 리포트한 날 이후의 월세와 보증금은 환불을 해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폴이 다시 말하기는, 벌레 출몰에 대한 메일을 주고 받던 그 시점에 당장 방을 빼고 키를 반납한다면 그렇게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것.
그곳에 실제로 거주한 기간은 약 10일이었고 나머지 2월에 대한 렌트비를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키를 미리 반납하지 않았던 것인데,
하..🫥 얼마나 더 물러서야 하는가.
메일을 좀 더 자세히 읽었어야 했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왜 tenant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서 챙겨주지 않는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사무실에 방문해 직접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지난 번 스테파니의 호출을 받고 계약서 사인을 하러 간 사무실.
한 달만에 환불원정대로 다시 방문하기.
새로운 집과 아주 가까운 곳이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폴에게 메일로 연락을 하며 도착해보니 점심시간이라 문이 열리지 않았고
우리도 바로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옵션 다 때려 넣은 수제 버거

수제 버거집 Wayback burger.
음식이 늦게 나와 미안하다며 서비스로 감튀를 한가득 주셨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는 아일랜드에서..
어째 이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에이전시와 랜드로드를 만난건지.
그 와중에 참 맛은 있었다.
 
사무실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방문하니 폴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회의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메일 프사에는 젊은 시절 사진을 걸어논 듯.
벗겨진 머리만 아니었음 알아보기 쉽지 않을뻔 했다.
그 리 하 여 메일로 주고 받은 내용을 다시 얘기하며 환불 기간에 대한 쇼부를 보려고 했다.

우리 왈.. 벌레 리포트 이후부터 환불된다고 하지 않았냐, 왜 그동안 언질을 주지 않았냐.
그 왈.. immediately 방 비우면 그렇게 돌려준다고 쓴거다, 집주인은 그럴 의무도 없는데 방역도 하고 보증금도 돌려주는거다,
이전 tenant는 문제없이 잘 살았다.


생각도 딸리고 말도 딸려 무슨 말을 해야 잘 싸웠다고 위안이라도 삼을지 😶
애초에 벼룩에 대한 책임을 일절 인정하지 않으니 
어리바리 외국인씨가 되어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 이리 집주인 편에만 서냐며 열도 내고, 
우리 여기 온지 두 달도 안됐다.. 동정에 호소도 하며 그나마 쇼부를 본 건
집을 비운 뒤 방역업체가 다시 방문해서
방역완-을 컨펌한 시점까지
약 10일에 대한 렌트비 환불이었다.
집주인이 거절할수도, 오히려 보증금 환불까지 취소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줬지만
뭐 어쩌겠나 말이라도 해봐야지.
우리 보는 앞에서 집주인이랑 연락해달라고 요청해봐도 선 그어버리는 폴 스미스.
그가 도대체 존재하긴 하는지 페이퍼 인간인지 알 길이 없다.
폴은 집주인의 답을 받는대로 우리에게 다시 연락을 준다 하였고
키 반납 후 inspector를 보내 집에 하자가 없으면 보증금을 돌려받기로 했다.
 
파스스..
어디 하소연할 힘도 없이 사무실을 빠져 나왔고 근처 마트에서 장이나 보고 가기로 했다.
첫 입주 아파트라 채워야 할 생필품이 또 가득이다.
늘 그렇듯 배 부터 채운다.

만만이 닭

쌔오븐 일등으로 써보는 성공한 인생.
피땀눈물 갈아 넣은 렌트비로 얻었으니 잘 즐겨봐야지.
 
 
숙제 2. 침대 프레임 치우기.
ㅋㅋ.. 애물단지년
내가 쓰기로 했던 방에 침대가 없어 던딜로 구입해 놓은 프레임이 하나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지 조립은 해놓지 않은 상태라 받은 그대로 되팔기를 시전해 봤다.
40유로에 구매해 그 가격에 다시 올려보니 픽업을 할 수 있다는 사람이 한 명 나타났고
거래를 위해 다시 몽스타운을 찾았다만..
당장 키를 반납하러 사무실에 올 수 있냐는 폴의 전화를 받고 다시 집근처로 이동해야 했다.
키 반납 후엔 다시 몽스타운 집에 들어가질 못하니 프레임을 문 밖에 두고 출발했다.

아일랜드 당근 던딜. 다시 들어가지 못할 벼룩이네.

집주인이 10일은 못해도 7일 렌트비 환불까진 오케이 했다며 바로 키를 반납해 달라는 전화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급할 일인가 싶은데
본인이 급하니 그렇게 안되던 전화까지 손수 걸어준다.

키 반납 후 침대 거래를 위해 다시 그 집에 가려 했지만 도저히 춥고 힘들어 갈 엄두가 나질 않았고..
밖에 내놓은 김에 알아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니 계좌이체는 안된다고 한다.
현관문 밑 우편통에 넣고 간다는데 그 돈을 꺼낼 방법이 없으니 돈 거래는 따로 만나서 해보려 했지만
상황이 번거로웠는지 갑자기 던딜 채팅이 두절되고 말았다.
뭐가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 🫠


새 집의 거실겸 키친은 아주 넓고
춥다.
전기세 공격에 몸을 사리느라 라디에이터는 자제하고 있는데다가 더블린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추워진 날씨에
장판을 떠나 몸을 늘어놓기 쉽지 않다.
속을 뎁히는 수 밖에.

마 이거지

한 달 반을 버텨 준 5kg 쌀이 떨어져 휘날리는 롱그레인으로 밥을 시도해봤다.
당뇨에 좋다고 하는데 볶음밥 할 때나 써먹어야겠다.

찰기 제로 Basmati 밥


며칠동안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다 생필품을 사러 다시 이케아에 들렀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집이라 기본적인 커틀러리와 청소기 등 사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유는 없지만 더블린에서 가장 큰 테스코에 가보고 싶어
the biggest Tesco in Dublin으로 발견한 테스코 엑스트라 매장도 들러 보았다.
그냥 크은 테스코. 대단히 더 싸거나 어디 없는 물건이 있진 않다.

쇼룸 구경은 스킵하고 식기와 주방 기구들을 바리바리 담았다.
필요하고 사고 싶은 게 많았을텐데..짜치는 공금대장 때문에 최소한만 담아준 진솜쓰.
형편 좀 나아지면 쫌 더 쿨해져 볼게여 😣

밑볼은 스킵하지 않지

 
 
연일 쌀쌀한 비가 계속 내리는 날.

빗소리로 전 부치기

우산을 쓸 정도의 비가 내리는 날은 처음이었다.
비를 뚫고 간만에 시티 센터에 들러 열쇠복사, BOI 계좌에 현금넣기 등 볼일을 봤고 한인마트에서 장을 봤다.
매일 장을 보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다.

파전을 먹어줘야 되는 날이기도 했지만 디데이를 위한 장을 미리 봐 둬야했다.
드디어 개최한 홈파티.

그동안 새내기 외노자들을 살뜰히 챙겨주셨던 팀원 분들을 초대했다.

이사한지 얼마 안됐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말을 좀 더 심각하게 들었어야 했는데 😌
식기, 수저, 컵은 얼추 준비됐고
무거운 음료는 배송주문. 파티 전날엔 다시 비를 뚫고 막바지 장을 보러갔다.
이 곳 날씨에 많이 당해봤지만 정말😸 역대급이었다.
 

홈파리 디데이 금요일.
테스코에서 주문한 음료가 배송되어 아침부터 분주히 받아 날랐다.
기사님이 물건 보시더니 파티하냐며 굳굳 해주신다.
재택용으로 구입한 책상도 기가 멕히게 아침에 도착해 서둘러 조립완.

파스 투혼 솜

 

무슨 자신감인지 휴가도 안내고 하루종일 일보랴 재료 썰어대랴 씻을 틈도 없었다.

이걸 예상했음에도 전날 저녁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아니 정말 몸을 가눌 수 없었던 사람들.


한가할 땐 그렇게 없던 일도 어째 이런 날에는 몰아치는지.
액땜할 게 아직도 남은걸까.

일병행파티제

피지컬로 잡채를 버무리는 솜님과 조만간 김천 더블린점을 낼 것 같은 진님.

새댁이세요


뭐 대단한 거 한다고 난리를 쳤냐 하믄

TA DA-
잔치집 필수템
비주얼 메인 등갈비
이런 날 쓰려고 챙겨 온 손수건. 장하다 나.

Potluck 컨셉으로 메뉴를 하나씩 마련해 주신 덕에.. 파티는 빈틈없이 풍성했다.

김치전, 케익, 오징어, 과카몰리 🤦‍♀️

집들이 국룰템과 Y3님의 블루투스 스피커.

아쉽게도 스피커는 두고 가지 않으셨다.

🇮🇪 갬성 챙기기

이거라도 얹어

존님이 선물로 주신 기네스 거품기로 아이리시 갬성이 한 모금 더해졌다.

거품기 성능 테스트

시간 순삭

아버님들이 떠난 자리

 
사정으로 오지 못하신 분들의 빈자리가 아쉽고
먼 길 발걸음 하여 즐거워해 주신 분들의 시간에 감사했다.
다시 없을 규모의 파리 투나잇, no more..😇
(양으로는) 어느 케이터링 못지 않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 서로 자축, 격려한 호스트들은
다음날도 근무를 위해 이성의 끈을 붙잡고 눈을 떴다.
두들겨 맞은듯한 몸뚱아리로 맞이한 토요일 아침.
일병행 더 글로리 정주행으로 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안물 안궁 여담..
즐겁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몽스타운의 벼룩집은 inspector의 점검을 받았고
몇 가지 챙기지 못한 물건들과 사용감이 묻어난 오븐을 빌미로 300유로 ^^ 청소비를 물게됐다.
물건은 그렇다쳐도 개고생해서 닦았던 오븐은 통탄을 금할 수가 없지만 어찌하랴.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왜 그렇게 더러웠냐고 따져도
그럼 니네가 말을 했어야지! 라고 받아치는 그들인데.
체력이고 나발이고 바닥난 우리는 정신건강을 위해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미생 명언. 내 얘기였네.
체력 키워서 더 글로리로 장르 전환 간다.
벼룩을 이길 고데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침대 프레임은, 네고로 다시 팔아봤지만
그도 레터박스에 현금을 넣어 둔다고 하여 ^^ 그냥 물건 치우는 값으로 퉁쳐버렸다.

St.Patrick's day 주간에 휴가로 빤스런 해버린 폴 덕분에 현시점 환불은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길었던 정착기는 막을 내려도 되 지 아늘 까/ ?
(사망플래그 눈치보기)

And I will provide a place for my people Israel and will plant them so that they can have a home of their own and no longer be disturbed. Wicked people will not oppress them anymore, as they did at the beginning.
(1 Chronicles 17:9)

이 날을 위한 verse인가

홈 스윗 홈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은 폭풍같은 시간.
이 곳도 머물다 떠날 곳이 되겠지만 내가 아껴주는 만큼 스윗함을 돌려 받으리.
내 물건의 자리와 동선이 정돈되니 적잖이 안정감이 드는 것 같다.
이제 좀 각잡고 놀 수 있을까🥹
일부터 해야지 머😭